2019. 12. 11. 14:23ㆍ그냥 사는이야기
이번에 납골당으로 새로 모신 할머니와 할아버지께 사진이라도 달아드릴겸...
큰집에 인사도 드릴겸...
제주도를 다녀왔습니다.
당일치기로.
비행기표와 렌트카 수배를 다 한 곰에게 감사의 마음을~!!
7시 비행기를타고 8시쯤 공항에서 나와 렌트카를 빌리고,
아침을 먹으러 갔습니다.
어딜가지...하고 검색해보니 다들 갈치조림에 뭐에.. 돈만 비싸게 받네요.
한림칼국수 제주공항점이 있어서 거기로 갔습니다.
▼ 반계칼국수
닭 반마리와 칼국수. 삼계탕 맛도 나면서 칼국수 맛도 나고.
8천원! 괜찮았습니다 ㅎㅎㅎ
▼ 이거 내 땅
우리집안에서 막내에게만 물려준다는 땅.
지금은 큰아버지 아는분께 물값만 받으면서 사용하라고 내어준상태입니다.
바로 옆에도 땅인데 관리를 안해서 엉망이었지만
여기는 그래도 케일이 한가득 심겨져있어서 사람손이 닿는곳이라는걸 느낄수가 있었습니다.
▼ 예전 할아버지 집. 지금은 큰집.
제주시 한림읍 옹포리.
제가 초등학교 다닐때에도 이 건물이었는데..
여전합니다.
이미 향수와 추억으로 가슴이 벅찹니다.
▼ 대문
▼ 대문 안 모습
▼ 화장실
화장실 문이 불투명이지만 안에들어가서 바지를 내리면 그런 모습이 다 보여서
명절때나 사람많을때에는 신문지를 붙이기도 했습니다.
겨울철 똥싸러갔다가 똥이 다시 들어갔던 추억도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아, 그러고보니!!!
제가 초등학교 저학년일때에는 거의 초가집 수준이었습니다.
똥돼지가 있었죠.
똥돼지가 사람이 들어가면 똥먹으러오는데
바로 밑에서 킁킁거리는게 무서워서 똥 안쌌던 기억이 있습니다.
▼ 건물
▼ 건물 옆
뒷쪽으로 비양도가 보입니다.
건물 뒤에는 창고와 방 하나가 붙어있는 건물이 있죠.
제주도 특유의 현무암 돌담.
▼ 창고
왼쪽이 창고, 오른쪽은 방입니다.
예전 할아버지 살아계실때에는 저 방에 큰아버지가 계셨습니다.
항상 담배를 태우시며 신문을 보시거나 소리가나면 밖을 쳐다보셨죠.
▼ 건물 뒷편
창고가 아닌 본건물입니다.
저기 문은 부엌으로 연결됩니다.
▼ 수돗가
여기서 빨래도 하시고 뭔가를 씻기도 하셨습니다.
저는 잘 안썼네요.
▼ 지금은 막힌 돌담
잘 보시면 돌을 올려놓은데가 티가 납니다.
예전에는 이 뒷쪽이 바로 바닷가였습니다.
밀물이되면 돌담 바로아래까지 바닷물이 차올랐죠.
썰물일때에는 여기서 건너가서 물있는데까지 가기도 했었습니다.
▼ 지금은 매립
시멘트로 길을 만들어 놨습니다.
여기가 전부 현무암이 가득했고, 바닷물이 올라오던 곳이었습니다.
밀물이 되면 저기 저집에서 창문열고 음식물 쓰레기 버리던것도 생각나네요 ㅋㅋㅋㅋㅋ
할아버지는 다 물고기들 먹는거라고 하셨지만
제 눈에는 그냥 쓰레기 버려서 바닷물 오염시키는걸로만 보였었습니다 ㅋㅋㅋㅋ
▼ 건너편
돌담 맞은편도 이렇게 발을 디딜수있게 되어있습니다.
막아버리고 길로 만들어버렸으니 이제 필요가 없어진거죠.
▼ 예전 풍경이 겹쳐집니다
예전에는 돌담위에 이렇게 머리만 내밀어도
저 멀리까지 현무암들이 깔려있고, 바닷물이 넘실넘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말미잘을 본 곳이 바로 여기였습니다.
▼ 창고 뒤
작은 텃밭으로 썼었는데 이제는 안쓰네요.
▼ 창고 뒤에서 바라 본 경치
▼ 창고 안
예전에는 농기구나 채소 그런것들이 많아서
들어가면 풀내음같은것도 나고, 괜시리 푸근하고 좋았습니다.
잘 못보던 도구들도 만져보고.
▼ 부엌 문
▼ 옥상 계단
부엌 문에서 돌아가면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옵니다.
▼ 옥상
바닷가라 바람이 세서 연기가 보이지도 않았거든요 ㅎㅎㅎㅎ
할머니 돌아가셨을때, 애들끼리 열심히 술과 안주 서빙하다가
꼬불친 맥주를 들고 올라와서 마셨는데
빙빙 돌았었죠 ㅋㅋㅋ 그리고 뒤로 꽈당 넘어지기도 했고 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담배피우던 시절에는 여기 올라와서 몰래 피우기도 했습니다.
바닷가라 바람이 세서 연기가 보이지도 않았거든요 ㅎㅎㅎㅎ
▼ 옥상에서 내려다 본 길
저기 하늘색 지붕 집 옆으로 길이 있는데, 저 길까지 현무암 바닥이었습니다.
이 집 담벼락으로 넘어갈수있었고, 저 길을 통해 바닷가로 갈수 있었습니다.
▼ 배경은 비양도
드라마에도 나왔다는 비양도.
울 아빠 어릴적에는 여기서 비양도까지 헤엄쳐서 갔다오며 놀았다고 했었습니다.
거리가 상당한데요.
그래서 아빠가 헤엄을 잘 치셨던것같습니다.
▼ 옥상계단 옆으로 돌아가면
왼쪽으로는 장독을 놔두면서 화단처럼 꾸밀수있는곳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본관 거실이 보입니다.
역시나 부엌과 이어져있습니다.
오른쪽 안으로가면 화장실이 하나 더 있었는데
지금 어떤지 확인 안해봤네요.
▼ 예전 할아버지 방
어릴때부터 여기는 할아버지 방이었습니다.
이 옆방에서 자고 일어나서 아침이 되면 제가 제일 먼저 일어나
방에가서 노크하면 안에서 할아버지가 대답하시고.
그럼 방문을 열고 할아버지 안녕히 주무셨어요~ 인사드리고
부엌에서 나오시는 큰어머니께 인사드리고, 큰아버지도 인사드리고.
할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 한동안 시간이 있는 저혼자 명절이나 이럴때
인사드리러 내려왔는데.
기력이 많이 쇠하신 할아버지가 어느날 방으로 저를 불러 앉혀놓으시고
울 아빠가 얼마나 효자인지 자랑에 자랑을 하셨죠.
호복이가~ 이러이러해서 이랬다!
호복이는 이런때에도 이랬다.
다른사람 이래도 호복이는 이랬다.
호복이가 얼마나 효심이 깊고 우애가 깊은지 너희들도 그걸 알고 배워야한다.
호복이가.. 호복이가..
눈에 눈물이 살짝 고이신채 열변을 토하시듯 진짜 가슴속에서 무언가를 말씀하시는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으로 뵌 할아버지 모습..
내가 자식을 가지고, 아빠의 무게와 삶의 무게를 느끼며
새삼 우리 아빠 대단하다고 느낄때..
한번 배에 편지가 아닌 메일을 보낼때 이 얘기를 써서 보냈습니다.
할아버지가 이렇게나 자랑스러워하는 아들이 우리 아빠라고.
나도 언젠가 아빠에게 자랑스런 아들이 되고싶다고.
평소라면 답장을 바로 잘 주시던 아빠도 답장이 바로 오지않았습니다.
이 얘기를 써도 되나 말아야하나 고민했었지만 쓰길 잘했다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빠는 못난 아들이 바둥대는것만 보시다가 지금은 할아버지께 가셨죠.
엄마의 말씀은 지금도 생각납니다.
으이구.. 그리 좋아하던 아버님 어머님 곁으로 가서 좋겄소..
할머니 돌아가셨을때 배가 아닌 비행기를 타고 다급하게 할아버지 집으로 와서
할머니 상 앞에서 펑펑 울던 아빠의 모습은 지금도 잊을수가 없습니다.
갑자기 제주도를 가자는 엄마아빠. 왜 내려가냐고 물어도 대답도 없으시던 아빠.
큰집에 도착하고, 앞에 엎드려 펑펑 우시던 아빠를 보고서야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걸 알았었죠.
항상 형님들 찾아가서 인사드리고, 제주도 꼭 내려가셔서 인사드리고.
사이가 틀어졌던 큰아버지들이 아빠 돌아가시면서 화해하시고.
하늘에서 형님들 화해하셔서 다행이라고 좋아하셨을 모습을 생각해보면
흐뭇하다가도 눈물이 납니다.
명희 살찐거랑 와이 진상부리는것도 더 보셨으면 좋았을걸..
▼ 옆길
건물을 돌아 다시 대문앞으로 나옵니다.
이 좁은길이 뭐가 그리 좋았던지..
항상 창고쪽에서 놀다가 어디 나가자면 꼭 여기로 나갔었습니다.
▼ 현관
▼ 거실
▼ 부엌
▼ 거실
왼쪽에 보이는곳이 집에 오면 제가 자던 방. 맞은편에 안방이 있습니다.
정면의 저 문.
여름철이 되어 아침에 문을 열면 바닷게들이 마당까지 다 들어와있다가
소리에 놀라 일제히 사사사삭~ 하고 도망갔었죠 ㅋㅋㅋㅋㅋ
제주도 사투리로 깅이!
▼ 게들이 많았던 그때
현관 옆 계단입니다. 여기도 깅이들이 제법 올라와있었죠.
큰놈 잡다가 손가락 집혀서 아프기도 했었고.
작은놈 잡아서 갖고놀다 풀어주기도 했었고 ㅋㅋㅋㅋ
이야기를 한창 하다가 옹포사람이 가게를 열어서 성공한 집이라는 해물 뚝배기를 먹으러 갔습니다.
▼ 바로 여기
해물 뚝배기.
오분작 뚝배기보다 해물이 훨 맛있었다는.. ㅋ
우연히 만난 조합장님이 우리 밥값을 계산하시고 홀연히 사라지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잘먹었습니다!!!
▼ 제주도 양지공원
할아버지 할머니 사진을 달아드리려했는데, 옆에 큰할머니도 모셨는데 그것도 모르고
할아버지 할머니께만 꽃을 달아놔서 하나 더 달았다던 큰어머니.
큰할머니 사진은 사진이 없던시절이라 구할수가 없었기때문에
할아버지 할머니쪽에도 그냥 두라고 하셨습니다.
▼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우리는 몰랐던 큰할머니.
사진 들고와서 붙일걸 그랬네요.
묵주 안빠지게 잘 올려드리고 왔습니다.
나 어릴때 부산오셔서 무릎에 앉혀놓고 찍은 사진도 아직 있고..
할머니도 참 많이 예뻐해주셨는데 멀리 계서서 자주 못뵙다보니
좀 어색해서 애교나 응석을 부리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항상 옆에서 뭔가 챙겨주셨죠.
큰아버지가 총대를 매시고, 두분 다 납골당으로 모셨습니다.
울 아빠가 계셨으면 절대 어림없었을거라던 큰아버지와 큰어머니.
이번 제주를 돌며 그리운것도 많이 봤고, 할아버지, 할머니 모신곳도 찾아뵈었고.
나름 알차게 잘 갔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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